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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자/설교 이야기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눅 23:33-43) - 1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입니다. 교회력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오늘 본문은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과 죽음 이야기입니다. 주님의 고난과 죽음은 고통과 조롱에 의한 잔인한 죽음이었습니다. 어쩌면 오늘,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본문이라고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주님께서 우리의 죄를 위해 오셨고, 고난 당하시고 죽으셨으며 부활하신 하나님의 아들로 고백합니다. 왕이신 그리스도시지요. 하지만 오늘 본문 어디에도 왕이신 그리스도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존귀한 왕으로서 존엄한 왕좌에 앉으실 것 같은 주님은 왕좌가 아닌 십자가가 당신의 즉위식의 장소였습니다. 불과 얼마 전만해도 메시아, 그리스도, 다윗의 자손이요, 유대의 왕이라면서 옷을 길바닥에 깔며 환영했던 인파들은 돌변하여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라는 말만 외칠 뿐 입니다. 그리고 십자가에서 즉위한 예수님에게 ‘유대인의 왕’이라는 죄목이 적힌 패가 달립니다. 역설적이게도 그 패의 내용은 진실입니다. 왕의 즉위식은 환영이 아닌 조롱과 비웃음 그리고 수치만이 남았습니다.

  오늘 본문을 찬찬히 읽어보면 ‘그리스도’란 단어와, ‘왕’이란 단어가 눈에 띌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 단어를 외치지만, 그들에겐 진심이 없었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메시아(그리스도)’와 ‘왕’의 개념은 힘으로 모든 것을 평정하는 그런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그랬기에 그들은 계속 예수에게 왜 남은 구원하면서도 자신은 구원하지 못하는가 묻습니다.

  심지어 예수 곁에 달린 두 행악자 중 한 명 역시 그렇게 비방합니다. 그럴 능력이 있다면 너 자신을 구원하면서 자신도 구원받길 바라는 조롱 섞인 말이었습니다. 그러자 다른 한 명이 비방하던 이를 꾸짖으며 말합니다. 우리는 죄의 보응을 받는 것이지만, 이 사람은 옳지 않은 것이 없었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주님께 부탁합니다. ‘당신의 나라에 임하실 때에 나를 기억하소서’

  많은 유대사람들이 왕이신 그리스도를 기다렸고, 예수를 따르던 제자들 도 주님이 그렇게 되길 바랐지만 결국 모두 배신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모두 ‘그리스도’와 ‘유대인의 왕’을 외쳤지만, 그것은 예수님을 향한 조롱이었습니다. 유일한 한 사람,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 달린 이 한 명의 행악자만이 예수님을 알아보았습니다. 주님은 그에게 이야기 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20세기 위대한 신학자인 칼 바르트는 낙원에 가장 먼저 들어간 이는 제자도 아니고 고침 받은 자들도 아닌 죄 많은 행악자였다고 말합니다. 이 말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예수님 곁에서 예수를 따르던 제자들이나 예수님의 능력을 경험했던 병자들보다도, 이 행악자가 주님을 하나님 나라의 왕으로 고백했을 때 주님은 그와 함께 하십니다. 그것도 먼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 말이죠.

  왕이신 그리스도 예수는 모두가 알 수 있는 지배의 힘이 아니라, 보잘 것 없는 이들을 섬기는 그 평화의 힘으로 당신의 사랑(왕위)을 증명하셨습니다. 또한 행악자 뿐 아니라, 우리에게 동일하게 선언하십니다.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그러니 우리는 왕이신 주님을 잊지 않고 ‘나를 기억하소서’ 고백하며 살아가는 오늘이 되길 소원합니다.